어제 경기는 너무 충격적이라서 차마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세웅이 잘 못 던졌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병살과 주루사를 이끌어내면서 17타자로 5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에 이창진과 소크라테스, 나성범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하기는 했지만, 최형우를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쉽게 정리해냈다. 더군다나 소크라테스에게 맞은 안타는 땅볼 유도를 했지만 타구가 느려서 내야안타가 된 것으로 정타를 맞아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7회에 올라오는 라인업이 그 전날 타격감이 좋기는 했지만 김선빈 하나를 빼면 하위타순이었다. 6회가 끝난 시점에서 박세웅의 투구 수는 75구. 평균 투구 수가 90구가 넘고 작년 완봉 때 118구까지 던져냈던 박세웅 임을 생각한다면 절대 교체 타이밍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딱 한번 80구 미만으로 던진 것은 한화전에 만루홈런을 맞고 내려간 5월 15일 경기 한 번뿐이다. 박세웅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7회까지, 혹은 7회에 상태가 좋으면 8회까지도 노릴 수 있는 투구 수라고 할 수 있었다.
수요일에는 필승조를 다 썼다. 김도규는 하루건너 하루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중이었고, 나균안도 화요일에 2이닝을 던졌다. 구승민도 목요일까지 뛰면 3연투인 상황이었다. 김원중과 최준용은 멀티 이닝을 소화하며 투구 수가 30을 훌쩍 넘겼다. 당연히 목요일 경기에서는 불펜투수들을 아끼기 위해서 박세웅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가능하면 채워줄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다 나머지 추격조 불펜은 문경찬, 서준원, 강윤구. 믿음직스럽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감독은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뒤이어 올라온 나균안이 7회 3타자로 이닝을 종료하며 나균안이 만약 3이닝을 막아줄 수 있으면 이 투수 교체는 유효할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석연치는 않았다. 8회에 대타 고종욱이 행운의 장타를 3루타로 만들어내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박찬호까지 장타를 만들어내면서 나균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이창진의 희생번트에 이어 소크라테스에게까지 안타를 허용한 나균안은 나성범 타석에서 김유영과 교체되었고, 플래툰으로 올라온 김유영은 좌타 나성범과 최형우에게 난타당하면서 김도규로 교체됐다.
김유영의 기용에 대해서도 정말 의구심이 많이 드는게, 김유영을 정말로 좌타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생각하고 쓰는 것이라면 3타자 연속 좌타자의 시작인 소크라테스 타석을 타게팅으로 둬서 준비시키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타석에서는 나균안을 밀고 나갔으면서 그다음 나성범과 최형우에게는 김유영을 올려서 결과적으로는 치명적인 패인이 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김유영은 현재 롯데 코칭스태프에게 좌완 필승조로 인식되는 선수인데, 기본적으로 피안타율이 3할에 우타자보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심지어는 주자가 있을 때와 득점권 상황에서 성적이 더욱 좋지 않은 선수이다. 이 정도면 감독이 데이터를 전혀 보고 있지 않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의 선수 운용이다. 김유영이 시즌 초 4월 한 달 동안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맞다. 하지만 오버페이스로 인한 플루크라는 것이 5월, 6월 2달간 여실히 드러났고, 그 이후에는 차라리 2군에 내려서 컨디션을 조율해서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감독의 완벽한 패착이다. 안일한 투수운용으로 선발투수를 낭비했고, 관리하는 야구도 실패했고, 승리하는 야구도 실패했다. 그렇다고 플래툰을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한 이닝을 더 끌어줘야 하는 선발투수는 너무 일찍 내렸고, 좌타자를 막아야 했던 좌투수는 무너졌다. 승리도 챙기지 못했고, 잘 지지도 못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어제 경기는 100% 감독의 책임이다. 지려고 환장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6월 25일 02시 추가)
박세웅이 75구를 던지고 내려간 이유가 손톱이 들려서라고 했다. 거무죽죽하게 피가 났다고 했다.
기사를 찾아봤다. 경기가 끝나고 제일 먼저 올라온 기사는 엑스포츠 뉴스의 21시 31분 기사였다.
'8회 역전극' KIA, 나성범 3타점 앞세워 롯데 꺾고 위닝시리즈 [광주:스코어]
(엑스포츠뉴스 광주, 박윤서 기자) KIA 타이거즈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KIA는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www.xportsnews.com
박세웅으로 검색해서 나온 최근 40개정도의 기사 중에서 박세웅이 75구에 강판된 것에 의문을 품은 기사는 24일 아침 8시 31분에 올라온 스포츠조선의 기사였다.
'양현종에 판정승' 안경에이스, 7G 44일간 無승…왜 75구에 교체했을까 [광주포커스]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양현종(KIA 타이거즈)과의 토종 에이스 맞대결에서 우세승을 거뒀지만, 또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올시즌 14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시즌초 7경기에서 5승무패 평균자
sports.chosun.com
여기서는 내가 앞서 적었던 의문이 그대로 적혀있을 뿐, 그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그저 왜 교체했을까?라는 의문뿐이다.
그리고 24일 16시 28분과 16시 34분에 마이데일리와 오쎈에서 각각 하나의 기사가 올라왔다.
6이닝 2실점→75구, 잘 던지던 박세웅이 갑자기 마운드를 내려간 이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어제는 상태가 조금 심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mydaily.co.kr
6이닝 75구 박세웅 조기 강판 이유…"손톱에서 출혈, 다음 등판 문제 없어" [부산 톡톡]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손톱에서 피가 났다.”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이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
osen.mt.co.kr
각각 내용은 박세웅의 손톱 출혈 때문에 강판이 됐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팬들은 박세웅의 조기 강판 자체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있게 된다. 경기를 보는 와중에도 박세웅이 내려간 이유에 대해서, 부상이 아니면 납득할 수 없다라고까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반대로 롯데라는 팀이 팬들과 소통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 의구심이 든다.
팬들은 당연히 박세웅이 왜 조기 강판됐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그게 아니면 당연히 이길 수 있었을 경기를 빠른 투수 교체 때문에 망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대한 빨리 중계석에 알려서 박세웅의 조기강판 이유를 밝히는 것이 먼저였다. 하다못해 경기 끝난 뒤에 소통을 해서 기자들에게 뭐라도 알려주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서튼 감독과 롯데 선수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매번 팬을 28번째 엔트리라고 생각한다며, 원팀 자이언츠를 부르짖던 서튼 감독은 이제 없는 것 같다.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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