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맨이 부진합니다. 6번의 기회를 줬고, 원래의 기대치에 부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글을 작성하는 5월 17일에도 선발등판했고 6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투구내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습니다. 매 이닝 주자가 나가고 볼이 스트라이크보다 많았으며, 기아 타자들이 3번의 병살을 쳐주지 않았다면 아마 6이닝은 커녕 3이닝이나 4이닝만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오늘 완벽투에 가까운 투구를 했더라도 스파크맨은 방출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파크맨이 언제 부상을 당했고, 어떤 성적을 기록했는지, 어떤 행동들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줬는지는 수많은 매체에서 다뤘기 때문에 제가 다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5월 13일 반즈의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스파크맨이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발언이 나오고, 자이언츠 TV에서도 스파크맨 선수가 열심히 하는 모습은 여러 번 나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타향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냐'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는 "열심히" 해야 하는 선수가 아니라 "잘" 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스파크맨은 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로 계약을 한 선수인데, 단순 계산으로도 1년에 10억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거기에 외국인 선수 전담 스카우트 팀이 있고, 그 팀이 해외 출장 다니면서 활동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가볍게 생각해도 국내 선수 스카우트와는 차원이 다른 금액적인 비용이 들어가죠. 그 때문에 팀에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고 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그 정도 가치를 해주기를 바라고 선수를 데려옵니다.
거기에 외국인 선수는 팀별로 3명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국내선수와는 다르게 부진했을 때의 대체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 성장하는 선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완성돼있고 기복이 적은 선수를 바랍니다. 외국인 선수가 장기적으로 부진하게 되면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외국인 선수는 투수기준 2명이서 30승 정도를 달성하면 가을야구를 간다는 얘기도 나오지요. 한 명 당 15승 정도를 챙겨간다고 봤을 때, 144경기 중에 외국인 선발투수가 30경기 정도 출장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절반 이상의 경기에서 선발승을 챙겨가기를 기대한다는 말입니다. 타자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30 홈런 100타점, 혹은 3할 이상의 고타율과 wRC+ 150 이상의 득점 생산력, 그도 아니면 마차도처럼 해당 포지션에서 수비가 특출 난 선수를 기대하죠.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농사가 팀 성적의 절반을 차지한다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죠.
이정도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팀에서 보통 데려오는 건 AA~AAA와 메이저리그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선수 중에서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한 선수를 데려오려 노력합니다. 이들 선수들은 다들 A급 이상의 성적을 기록해줄 것이라 상정하고 데려오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만큼 국내 선수들보다도 부진했을 때의 리스크가 훨씬 큽니다.
선수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봤을때 빅리그 진입은 하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되고 본인의 커리어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 KBO 리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리그입니다. 그중에는 브룩스 레일리나 딕슨 마차도처럼 빅리그에 다시 도전하는 선수도 많고, SSG 랜더스의 제이미 로맥처럼 오랜 기간 KBO에서 뛰면서 본인의 마지막 커리어를 장식하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선수들 본인의 선택인 만큼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성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쯤 돼서 "그러면 DJ 피터스는 왜 교체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제 생각은 명확합니다.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의 수싸움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라서 투수마다의 노림수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제일 먼저 그 리그의 특징에 맞는 수싸움에 적응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만나는 선수마다 생소한 투수들이기 때문에 외국인 타자의 입장에서는 변칙적인 패턴의 투수인 것이고 그에 적응하는 시간도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는 피터스의 상대 횟수별 성적인데, 1~2번째 상대했을 때는 OPS가 0.6 언저리에 불과했지만 3번째 상대할 때는 0.948로 껑충 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월, 5월을 다 지나야 전 구단 상대로 2번씩의 시리즈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피터스 선수가 활약하는 시점은 5월 중후반 이후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 것이죠.


그와 반대로 외국인 투수의 경우에는 수싸움에 적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걸립니다. 왜냐하면 볼배합은 투수와 포수가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부분에서 투수는 포수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설령 적응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이 상대하는 타자 입장에서 외국인 투수는 "처음 보는 낯선 투수"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은 보통 처음 만날 때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이다가 국내 타자들이 그에 적응해서 한 두 번 공략을 당하고, 그 공략법을 파훼하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며 평균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스파크맨은 분명 좋은 선수일 수는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는 "열심히"만 해서는 안됩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큰 기대를 받으며 온 선수이니 만큼 "잘"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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