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야구

[칼럼] 비디오 판독,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김애쉬_ 2022. 5. 25. 14:46

어제 롯데-SSG전에서 오심이 발생했습니다. 7회 이전에 이미 양 팀이 비디오 판독을 두 번씩 사용해서 SSG는 1번 번복을 이끌어냈고 롯데는 두 번 모두 원심 유지가 됐습니다. 8회 초에 황성빈 선수가 견제사를 당했을 때도 충분히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만했지만 비디오 판독 횟수가 없어서 시도하지 못했고, 9회 초에 대주자 장두성 선수가 견제사를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9회 초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오심이었던 상황이었는데, 당시 중계석의 한명재 캐스터만 상황을 설명할 뿐 김선우 해설위원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장두성의 장갑이 베이스에 이미 닿아있지만 크론의 글러브는 아직 닿지 않았다.

이건 명백한 오심이 맞습니다. 주자 장두성의 장갑이 이미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지만 1루수 크론의 글러브는 그제야 공을 받아서 태그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원심이 아웃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명확하게 오심이 확인될 정도면 4심 합의를 통해서라도 비디오 판독을 했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피를 묻히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나경민 주루코치와 서튼 감독의 항의는 그저 공허한 외침으로 끝이 났습니다.

 

KBO 규칙상 현재 비디오 판독 기회는 각 팀이 2번씩 주어지고 두 번 다 번복을 이끌어낼 경우 한 번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5월 24일 경기까지 총 222경기 동안 290번의 비디오 판독 시도가 이루어졌고 그동안 71번의 번복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3경기를 하면 그중에 한 번은 비디오 판독으로 인한 번복이 일어난다는 얘기고, 팬들에게도 이런 사건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팬들은 비디오 판독이 이뤄져도 그 결과가 납득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시점까지 이르렀습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공개한 비디오 판독의 기회 규정

또, 비디오 판독은 꼭 판정 번복만을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닙니다. 허슬플레이를 한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흔들리는 투수의 흐름을 한번 끊어주고 밸런스를 다시 잡도록 하거나 넘어간 경기 흐름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방금 언급한 3가지 상황이 너무 오용되게 되면 경기가 지루해지고 늘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또, 점수 격차가 심하게 나거나 타이트한 상황이 아니라면 오심이 발생하더라도 비디오 판독을 걸지 않는 경우 또한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한 팀이 3번의 비디오 판독에서 모두 번복을 이끌어냈는데 4번째 오심이 또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팀은 경기 내내 억울한 상황을 정확한 챌린지로 뒤집어냈는데 또다시 억울한 상황이 생기는 셈인데 그것에 대해서 단 한마디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비디오 판독을 늘리는 방안은 크게 2가지 정도 얘기를 하곤 하는데, 첫째로는 비디오 판독 대상을 늘리는 것이고, 둘째는 비디오 판독의 횟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지난 4월 14일 SSG-LG 경기에서 발생한 오심으로 인해서 해당 경기의 1루심이 2군 강등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이후 라인선상의 파울/페어 판정이 비디오 판독의 대상으로 들어간 사례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비디오 판독을 늘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경기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상대팀을 흔들기 위한 악용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앞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 번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비디오 판독의 횟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 판독의 횟수 제한을 주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현행 규정이 두 번 도전해서 두 번 다 번복되면 세 번째 기회를 주는 건데, 반대로 비디오 판독 시도 자체는 무제한이지만 한 팀에서 비디오 판독을 시도해서 2~3회 번복 실패가 되면 그날은 더 이상 비디오 판독 기회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현행에서는 첫 번째 시도에서 번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세 번째 기회가 박탈이 되는 상황이지만 제가 제안한 방법으로 바꾸게 되면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에서 번복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계속해서 오심을 차단할 수 있다는 기회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악용할 여지도 매우 줄어듭니다. 비디오 판독의 목적이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정확한 판정을 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횟수가 모두 실패하게 되면 이제는 비디오 판독을 할 기회가 아예 사라지게 되므로 더그아웃에서도 더 신중하게 챌린지를 할 것입니다. 마치 포수의 마운드 방문 횟수 제한이 걸려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기 시간이 무작정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팬들도 정당하게 비디오 판독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할 것입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공개한 요청과 번복 자료

긍정적인 요소는 또 있습니다. 현재까지 222경기에서 71번의 번복이 발생했는데, 이는 71번의 억울한 판정이 정상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비디오 판독이 확대된다면 71번보다 더 많은 오심이 정상 판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리그 전체의 판정의 정확도가 올라가는 셈이고, 이는 KBO 심판진에 대한 신뢰도가 전체적으로 올라감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조금 더 공정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팬들 또한 경기 결과에 대해서 조금 더 쉽게 납득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심판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O의 심판들은 어째서인지 비디오 판독 범위를 늘리거나, 4심 합의 등에 대해서 너무나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심판의 역량을 평가하는 부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정한 판정이고 선수들한테도 공정한 판정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도 장두성 선수는 기록상으로 주루사로 기록됩니다. 지난 4월 1군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장두성 선수는 주루사를 굉장히 많이 해서 문책성으로 말소가 됐는데,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기록지만 보면 '저 선수는 2군에서 하나도 개선이 되지 않았는데 1군으로 올라왔구나!'라고 말할 수 도 있는 것입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죠.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해서 번복이 되면 심판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라고 생각해서는 안되고 '비디오 판독을 해서 번복을 하면 실수를 바로잡은 것이기 때문에 심판의 능력이 보완된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장면]심판이 사과할 때, 비로소 오심은 경기 일부가 된다

심판이 선수에게 사과한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심판이 내린 잘못된 판정을 뒤늦게나마 인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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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물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판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팬들은 치명적인 오심을 하고 그것이 중계에 드러나서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친 심판에게 화를 내고 기억을 하는 것이지, 오심을 했을 때 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한 심판을 머릿속에 깊게 담아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심을 바로잡고 잘못을 인정한 심판을 올바른 심판이라고 칭찬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심판이 옳은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옳은 판정을 하도록 노력했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과연 심판 본인에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